[Life Echo] 평생 남을 위해 살았던 내가, 처음으로 나를 위해 꽃을 샀다.
[Life Echo] 평생 남을 위해 살았던 내가, 처음으로 나를 위해 꽃을 샀다.
꽃집 아주머니가 물었습니다. "어떤 분 드릴 건가요?"
저는 잠깐 멈칫했습니다.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요. 제가 저한테 주려고요."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참 잘하셨네요." 그 한마디에,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사실 그날 꽃집에 들어간 건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장을 보러 나갔다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분홍빛 작약이 너무 예뻐서 발길이 멈춰 섰습니다.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꽃이 갖고 싶다." 그리고 바로 다음 생각이 따라왔습니다. "근데 줄 사람도 없는데."
그 '근데'라는 말이 참 이상했습니다. 왜 꽃을 사려면 받을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지? 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나 자신을 위해 사는 걸 이렇게 낯설어하지? 그 질문을 붙들고 저는 꽃집 문을 열었습니다.
1. 우리는 왜 자신에게 꽃 한 송이조차 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면 이상합니다. 우리는 평생 꽃을 사 왔습니다. 어머니 생신, 스승의 날, 친구 결혼식, 아이 졸업식. 크고 작은 날마다 꽃집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냥 내가 좋아서'라는 이유로 나 자신에게 꽃을 사준 적이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우리 세대에게 자기 자신을 위한 소비는 어딘가 사치스럽고 민망한 일이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남을 위해 쓰는 돈은 당당했지만, 오롯이 나 자신의 기쁨을 위해 무언가를 산다는 건 죄책감처럼 느껴졌습니다.
예쁜 옷을 보고 갖고 싶었지만 "애들 학원비나 보태야지" 하며 발길을 돌렸던 날. 맛있는 걸 먹고 싶었지만 "혼자 먹기엔 좀 그렇지" 하며 참았던 점심.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평생 뒤로 미루며 살아온 세월. 그 모든 순간들이 사실은 "나는 내 기쁨보다 남의 필요가 먼저다"라는 메시지를 내 안에 깊이 새기고 있었습니다.
2. 꽃을 고르는 그 5분이 달랐습니다
꽃집에서 꽃을 고르는 5분이, 제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5분 중 하나였습니다. 누구의 취향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받을 사람의 나이도, 좋아하는 색깔도, 알레르기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오직 내가 보기에 예쁜 꽃을 고르는 시간.
저는 작약을 골랐습니다. 분홍빛이 도는 연한 살구색 작약. 평소라면 "이건 너무 화려하지 않나?" 하고 무난한 것을 집어 들었을 텐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꽃을 누군가에게 줄 때는 '잘 보일까'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줄 때는 오직 '내가 좋은가'만 생각하면 됩니다. 그 단순한 차이가 얼마나 해방감을 주는지,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집에 돌아와 꽃을 화병에 꽂았습니다. 평소 늘 텅 비어 있던 식탁 위의 화병이에요. 물을 채우고 꽃을 꽂으면서, 처음으로 이 공간이 '나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작은 변화가 방 전체의 공기를 바꿔 놓았습니다.
3. 꽃이 시들기 전까지, 내가 배운 것들
DAY 1~2 — 아침에 일어나면 꽃을 먼저 봤습니다. 예전엔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부터 봤습니다. 그런데 꽃이 생긴 뒤로는 눈을 뜨자마자 식탁으로 걸어가서 꽃을 봤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첫 번째 시선이 작은 꽃에 닿는 것, 그게 생각보다 하루를 많이 바꿔 놓았습니다.
DAY 3~4 — 꽃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꽃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예쁘네", "조금 더 피었구나." 그 독백들은 사실 오랫동안 나 자신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이었습니다. 예쁘다고, 잘하고 있다고. 꽃을 통해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그런 말을 건네게 된 것입니다.
DAY 5~7 — 꽃이 지기 시작할 때, 섭섭했습니다.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섭섭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섭섭함이 반가웠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것이 사라지는 것에 마음이 쓰인다는 것. 나는 아직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 작은 확인이 소중했습니다.
꽃이 완전히 지고 난 뒤, 저는 다시 꽃집에 갔습니다. 이번엔 망설임 없이요.
4. 나를 위한 소비는 사치가 아니라 자존감입니다
꽃 한 다발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돈도 얼마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행동이 담고 있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나를 위해 꽃을 사는 것은 이런 선언입니다. "나는 아름다운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누군가의 생일이 아니어도,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오늘 이 순간 내가 기쁘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된다."
자존감은 거창한 성취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런 작고 따뜻한 자기 대접에서 자랍니다.
오늘 시장이나 마트에 가신다면, 꽃 파는 곳 앞에서 딱 한 번 멈춰 서 보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어떤 꽃이 마음에 드는가?" 누구에게 줄지 생각하지 말고, 오직 내 눈에 예쁜 것을 고르세요.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시장 입구 꽃 파는 곳에서 삼천 원짜리 프리지아 한 묶음이면 충분합니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건넸던 그 수많은 꽃들을 기억하십니까. 어머니 품에, 친구 손에, 아이의 졸업식 날에. 이제 그 꽃 한 다발을, 당신 자신에게 건네줄 차례입니다.
꽃집 아주머니가 "어떤 분 드릴 건가요?" 하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해 보십시오.
"저요. 제가 저한테 주려고요."
그 말을 입안에 내는 순간, 무언가가 달라질 것입니다.
오늘 나를 위한 꽃 한 다발을 사 주세요. 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지금까지 Life Echo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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